오늘의 미국주식
장마감
로그인 회원가입
UST오리지널

쓸모없어서 살아남은 나무

2026년 8월 23일

계좌에서 제일 미운 종목이 하나쯤 있을 거다. 산 지는 오래됐는데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볼 때마다 "저건 왜 샀지" 싶은 종목. 나는 그런 종목을 오래 미워하다가, 결국 손해를 보고 팔았다. 그리고 판 다음에야 알았다. 미웠던 이유는 그 종목이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그 종목에 원한 게 딱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박을 부순 사람과 강에 띄운 사람

이천 년쯤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장자』에 혜자라는 사람이 나온다. 왕에게 씨앗을 받아 심었더니 다섯 섬이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박이 열렸다. 물을 담자니 무거워서 들 수가 없고, 쪼개서 바가지로 쓰자니 너무 넓어 뜰 게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했다.

나는 그것이 쓸모없어서 부숴 버렸다.

쓸모가 없었던 게 아니라, 그가 아는 쓸모가 물통과 바가지 두 개뿐이었다. 장자가 되묻는 대목이 그래서 오래 남는다. 어찌 그 큰 박을 통으로 삼아 강에 띄우고 그 위에 누울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물을 담을 그릇을 찾던 사람에게 박은 실패작이고, 물에 뜰 것을 찾던 사람에게 같은 박은 배가 된다. 물건은 그대로인데 값이 달라진다.

같은 이야기 안에 손 트지 않는 약이 나온다. 송나라의 한 집안은 대대로 그 약을 만들며 솜 빠는 일로 먹고살았다. 지나가던 손님이 처방을 백금에 사겠다고 하자 온 집안이 모여 팔기로 한다. 손님은 그 약을 겨울 물싸움에 쓰자고 왕을 설득했고, 이겨서 땅을 받았다. 약은 똑같았다. 쓰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강 한가운데 아무도 타지 않은 채 떠 있는 커다란 나무 통
강 한가운데 아무도 타지 않은 채 떠 있는 커다란 나무 통

목수가 거들떠보지 않은 나무는 아직 서 있다

혜자는 물러서지 않고 두 번째로 나무 이야기를 꺼낸다. 길가에 선 큰 나무인데 줄기는 울퉁불퉁해 먹줄이 안 맞고 가지는 굽어 자에 안 맞는다. 그래서 목수가 지나가면서 쳐다보지도 않는다.

다른 편에 나오는 목수의 말이 더 매섭다.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짜면 곧 썩고, 그릇을 만들면 부서지고, 기둥을 세우면 좀이 슨다고. 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쓸 데가 없었기에 이토록 오래 살 수 있었다고.

쓸모 있는 나무는 벌써 베여서 어딘가의 기둥이 되었고, 쓸모없는 나무만 아직 나무로 서 있다. 여기서 자를 대는 사람이 목수라는 게 중요하다. 목수의 자는 기둥감이냐 아니냐만 잰다. 계좌를 볼 때 우리도 자를 하나만 들고 본다. 지금 몇 퍼센트냐는 자다. 그 자로 재면 안 오른 종목은 전부 굽은 나무다.

눈 쌓인 들판 한가운데, 가지가 제멋대로 굽은 채 홀로 서 있는 오래된 나무의 먼 실루엣
눈 쌓인 들판 한가운데, 가지가 제멋대로 굽은 채 홀로 서 있는 오래된 나무의 먼 실루엣

그래서 이 종목을 왜 샀더라

미국주식을 막 시작하면 종목마다 역할이 다르다는 말을 잘 안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크게 오르라고 산 종목이 있고, 시장이 무너질 때 덜 빠지라고 산 종목이 있고, 배당이 꼬박꼬박 들어오라고 산 종목이 있다. 세 번째 종목을 첫 번째 자로 재면 언제나 실패작이다.

내가 손해 보고 판 그 종목도 그랬다. 나는 그걸 오르라고 샀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나머지가 다 오를 때 혼자 안 흔들려서 밤에 잠을 자게 해주던 종목이었다. 부수고 나서야 그 박이 배였다는 걸 알았다. 지금 계좌에서 제일 미운 종목을 열어놓고 물어볼 것은 하나다. 이 종목을 왜 샀더라. 답이 나오면 그 답이 자다. 답이 안 나오면, 파는 게 맞다.

장자가 혜자에게 남긴 말은 박이 아깝다는 말이 아니었다. 마음이 쑥대처럼 막혀서 한 가지 쓸모밖에 못 본다는 말이었다. 계좌에서 그 말이 뜻하는 건 이렇다. 종목을 하나 지우기 전에 내가 든 자를 먼저 본다. 그 자를 바꿔서 다시 재보면, 어떤 종목은 여전히 정리할 것이고 어떤 종목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것으로 남는다. 남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목록이다. 무엇을 왜 들고 있는지 한 줄씩 적힌 목록.

글 · 오미주 편집부 | UST오리지널 투자와 인생

오늘의 AI 픽 5종목, 무료로 전부 공개합니다
숨기는 것 없이, 지난 픽의 성적표(S&P500 대비)까지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오늘의 픽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