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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노래한 사람은 무엇을 벌었나

2026년 8월 19일

지금 당신의 계좌는 여름인가 겨울인가. 여기서 여름은 돈이 잘 벌리는 시기, 겨울은 벌이가 끊기고 가진 것을 헐어 쓰는 시기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여름에 해야 할 일과 겨울에 해야 할 일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대개 이렇게 기억된다. 개미는 여름 내내 부지런히 먹을 것을 모았고 베짱이는 놀며 노래했다. 겨울이 오자 베짱이는 굶었고, 그래서 우리는 미리 모아두라는 교훈을 받았다. 성실하면 살아남고 게으르면 굶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리스어 원전을 펼치면 그림이 조금 다르다. 굶주려 찾아온 쪽은 베짱이가 아니라 매미이고, 매미의 대답은 변명이 아니었다. "한가하지 않았소. 노래를 부르고 있었소." 놀았다는 말이 아니라 내내 일했다는 말이다.

여름 볕이 내려앉은 마른 들판과 멀리 보이는 낮은 곳간 지붕
여름 볕이 내려앉은 마른 들판과 멀리 보이는 낮은 곳간 지붕

개미들은 웃으며 말했다

원전의 개미는 우리가 아는 것만큼 점잖지 않다. 매미의 사정을 듣고 개미들이 한 말은 이렇다.

개미들은 웃으며 말했다. 여름철에 피리를 불었으면 겨울에는 춤을 추어라.

거절에 웃음이 붙어 있다. 도와주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조롱까지 얹는다. 준비한 자가 준비 못 한 자를 비웃는 장면인데, 이야기는 그 웃음을 굳이 가려주지 않는다.

시장은 겨울이 오면 준비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게 아니라, 준비 못 한 사람에게서 뺏어간다. 하락장에서 돈을 잃는 쪽은 대개 팔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사람이다. 생활비가 급해서, 빚을 갚아야 해서, 더 못 버텨서 판다. 그 물량을 받아가는 쪽은 팔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 개미의 웃음은 그 구조를 정확히 그려놓은 그림이다.

겨울에도 개미는 일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첫 장면은 곳간이 아니다. 겨울철에 젖은 곡식을 볕에 말리는 개미들이다. 여기서 곡식은 그동안 모아둔 돈, 곳간은 그 돈이 담긴 계좌다. 저장해둔 것도 상하기 때문에 겨울에 다시 손봐야 했다는 뜻이다.

이 대목이 실은 가장 실용적이다. 모아두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모아둔 것을 계속 돌봐야 한다. 계좌를 열어두고 잊어버린 사이에 종목의 사정이 바뀌고, 현금은 물가에 조금씩 깎이고, 비중은 어느새 한쪽으로 쏠려 있다. 여름에 사두는 일보다 겨울에 다시 말리는 일이 손이 더 간다.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을 살까가 아니다. 지금이 내 여름인지 겨울인지, 그리고 겨울이 왔을 때 팔지 않고 버틸 돈이 따로 있는지다. 몇 달치 생활비가 주식 밖에 있으면 하락장은 견디는 일이 되고, 없으면 파는 일이 된다.

눈이 얕게 덮인 들판 위로 널어 말리는 낟알 무더기와 낮게 드는 겨울볕
눈이 얕게 덮인 들판 위로 널어 말리는 낟알 무더기와 낮게 드는 겨울볕

노래한 시간이 헛되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매미는 정말로 일했고, 다만 그 일의 대가가 겨울까지 남는 형태가 아니었을 뿐이다. 여름에 사고팔며 보낸 시간도 마찬가지로 남는 게 있다. 어떤 소식에 내 손이 먼저 나가는지, 얼마쯤 빠지면 잠이 안 오는지, 내가 버틸 수 있는 손실의 크기가 어디까지인지 같은 것들이다. 그 셋을 알아낸 사람은 다음 겨울에 팔지 않아도 되는 쪽에 서 있다.

글 · 오미주 편집부 | UST오리지널 투자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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